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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박쥐들이 하늘에서 파드닥 파드닥 오르내리는 것을 지켜보았다. 가벼운 몸짓. 박쥐의 세계는 반사와 굴절의 세계, 표면과 고체와 끝없는 대화를 나누는 세계였다. 그것은 내가 견딜 수 없는 삶이였다. 박쥐들은 절대로 '여기'를 모른다. '저기'로부터의 메아리를 알 뿐.

 여러 면에서 나는 아직 어린아이였다. 그 점은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먼저 인정할 수 있다. 나는 여전히 밤에 가끔 오줌을 써며, 오트밀 죽을 이상하게 겁냈다. 그러나 도해를 그릴 때면 어린아이가 가질 수 있는 불확실한 생각을 지울 수 있었다. '여기'와 '저기' 사이의 거리를 재는 일이란 그 사이에 놓인 미지의 것을 없애는 것이다. 나는 실증 자료가 부족한 어린아이였기에 '여기'와 '저기' 사이에 미지의 무엇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무서웠다. 다른 많은 아이들과 마찬가지로 나 역시 '저기'에 가본 적이 없었다. '여기'에 있은 적도 거의 없었다.

 제도사가 가장 우선으로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관찰할 수 없다면, 종이에 기록하지도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옛 선구자들은 바로 다음 산 넘어에 펼쳐진 땅을 상상해 잘못된 지형을 그렸다. 규칙을 마구 위반한 것이다.루이스와 클라크, 조지 워싱턴까지 그랬는데, 아마도 그 사람들은 불확실성이 아주 많은 시대에 태어났기 때문일 것이다. 지도의 여백에 욕망과 두려움을 그리고 싶은 유혹은 얼마나 강렬한가. '용이 사는 곳'. 엣날 제도사들은 선이 닿는 곳 바로 너머의 빈 심연에 그렇게 적었다.

 그렇지만 엠마의 삶에는 근본적으로 종교에 대한 물음표가 달려있었다. 이와는 반대로, 엔즐토피가 필기체로 빽빽하게 쓴 관찰일지에는 엄격함이 있었다. 어느 꽃의 수술 하나를 집어서 그 특성을 서술하는 일은 하나님의 장대한 선언과 너무도 달라 보였다. 레위기 11장 41절에서 하나님은 모세에게 '땅에 기어다니는 모든 기는 것은 자등한 즉......'이라고 말했다. 땅에 기는  모는 것이 가증하다니, 어떻게 그렇게 주장할 수 있을까? 무슨 증거로? 관찰 기록은 있나?

 결국 모든 일이 이렇게 되다니 기묘했다. 엘리자베스는 바다를 떠났지만 얻은 것은 이것, 서부의 드넓고 거친 풍경이 아닌, 경사가 완만하고 겉흙이 부드럽고 작물도 빨리 자라는 뉴잉글랜드의 농장이었다. 타협이었다. 두 번째 결혼으로, 엘리자베스의 깊은 곳 어디가 딱딱해졌다. 어느 때보다 행복하기는 했다. 그러나 자신의 운명으로 정해진 일을 놓쳤다는 기분은 떨칠 수 없었다. 

 "밖은 어때?" 남자는 음모를 꾸미는 분위기를 살짝 풍기며 물었다.
 "안 좋아요. 어른들은 가끔 괴상해요." 그 말로, 나는 그 남자를 '어른의 범주'에서 빼는 모험을 하는 한편, 그럼으로써 '비(非)어른'이라는 나의 동지로 만들었다. 나는 그 남자가 실제로 어른이든 아니든 스스로 '비어른'의 범주에 속하고자 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렇지"
 남자의 대답에, 나는 우리가 동지라는 생각을 더 굳혔다.

 §노트 G101의 '무엇을 떠올리게 하지만 꼭 꼬집을 수 없는 냄새들'
 그 자체로 하나의 단일한 냄새가 있는지, 아니면 모든 냄새는 더 작은 부분으로 쪼갤 수 있는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인간의 감각 중에서 후각이 가장 까다로운 것 같다. 후각에는 딱 맞는 언어가 없기 때문이다. 우리 가족은 냄새를 이야기할 때마다 맛이나 기억이나 은유를 써서 언급한다. 어머니의 토스터가 폭발했을 때, 아버지는 주방으로 와서 이렇게 말한 적이 있다. "제4연옥에 들어온 것 같은 냄새군. 여보, 연옥 현틀에서 잠자고 있었어?"
 레이튼은 위층에서 소리쳤다. "와, 불붙은 방귀 냄새 같아!"
 누나는 '변기 커버 노트북'에서 고개를 들고 말했다. "어린 시절에 맡던 냄새네." 누나의 말도 옳았다.

 "고마워요. 이제 가야 할 것 같아요. 안 그러면 여기서 뭘 했는지 설명해야 할지도 몰라요."

 "화장실에 있었어요."  눈물이 솟았다. 아직은 집센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다.
 집센의 말투가 누그러졌다. "미안하다. 다그치려는 건 아니었는데....... 이 행사를 잘 치르고 싶어서 그랬어."
 집센이 미소를 지었지만 눈에는 여전히 화가 가득했다. 언제라도 수면 위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집센의 눈을 보며 갑자기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어른들의 감정은 아주 오래, 사건이 끝나고 나서도 아주 오래, 카드를 보내고 사과를 하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이사하고 나서도 아주 오래, 오랫동안 그대로 간직할 수 있다고. 어른들은 낡고 쓸모없는 감정의 꾸러미였다.

 그는 계속되는 박수에 쑥쓰러운 듯,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나도 박수를 보냈다. 모두가 박수를 계속 치면서도 아무도 그 이유를 모르는 듯 했지만, 어쨌든 기분은 좋았다. 친분이 있든 없든 존경을 표시할 만하다고 생각되는 사람에게 존경을 표시하는 일은 기분 좋은 일이니까.

 페라로 박사는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사람임에 틀림없었다. '진짜배기'에 열중하고 있었다.

 §성인 여성과 커피
 나는 페라로 박사가 우리 어머니와 잘 어울릴 수 있을지, 두 사람의 관계를 유지할 만한 지적인 존중을 서로 품을 수 있을지 궁금했다. 나는 어머니에게 친구가 있기를 간절히 바랐다. 어머니에게는 커피를 함께 마시고, 미토콘드리아의 예민한 속성을 두고 함꼐 웃고, 동료의 논문에 숨은 정치적인 아부를 놓고 비판할 여자 동료가 필요했다. 어머니는 페라로 박사에게 남편의 말 없는 성격을 털어놓을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 성인 여성들이 문을 닫고 방 안에서 하는 일이라면 뭐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페라로 박사는 우리 어머니가 과학자로서 아무 발전을 이룰 생각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 눈썹을 찌푸리지 않을까? 페라로 박사는 커피 머그잔을 내려놓고 공허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이 한물간 과학자에게서 벗어나기만을 기다릴지도 모른다. 그 뒤로는 어머니의 전화도 안 받을지 모른다. 어쩌면 어머니는 벌써 이렇게 동료들에게 버려졌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과학자들이 벌써 머그잔을 내려놓고 우리 어머니를 한물간 사람으로 취급했는지도 모른다.

 "아, 그럼, 그럼, 그렇고 말고!" 선디가 환호하고 아주 이상한 춤을 추기 시작했다. 훌라후프를 돌리는 듯이 느릿느릿 엉덩이를 빙빙 돌렸다. 곧 다른 사람들도 끼더니, 모두가 이 느린 훌라후프 춤을 추며, 내 앞으로 다가와서, 내가 모르는 무엇을 안다는 듯 머리를 앞뒤로 흔들었다.
 §노트 G101의 '춤추는 성인 남자'
 성인 남자가 이렇게 춤추는 모습을 보니 즐거웠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불편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화장실 앞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초등학교 2학년생 꼬마가 천진난만하게 코를 파는 모습을 보았을 때와 비슷했다.

 마주치는 사람은 누구나 출입증을 목에 걸고 메모판을 들었다. 출입증 목걸이와 메모판이 정말 많았다. 앞뒤로 종종걸음치는 사람이 정말 많았다. 모두 불행해 보였다. 큰 비탄이 아니라, 약한 경멸에 점차 익숙해진 표정에 가까웠다. 어머니가 일요일에 예배를 볼 때 자주 짓던 표정과 비슷했다.

 다리 없는 군인이 악수를 청하며 인사했다. "안녕, 나는 빈스라고 해."
 나는 악수를 하며 말했다. "안녕하세요. 티에스에요."
(중략)
 나는 용기를 내서, 사지가 절단되고 나서도 마치 남아있는 듯 느끼는 증상에 대해, 아직도 다리가 있는 듯 느껴지는지 물었다.
 "있잖아, 좀 재밌기도 해. 오른쪽 다리는 사라진 걸 알아. 없는 걸 확실히 느낄 수 있어. 몸이 확실히 느끼고 있어. 그렇지만 왼쪽 다리는 살아나. 다리가 하나뿐이 기분이 들어서 내려다보면 이런 생각이 들어. '아니, 젠장, 그 하나도 없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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